아직은 빈손을 쳐들고 있는
3월의 나무들을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경건한 기도를 바치며
내가 나를 타이르고 싶습니다
죄도 없이 십자나무에 못박힌
그리스도의 모습을 기억하며
가슴 한켠에 슬픔의 가시가 박히는 계절
너무 죄가 많아 부끄러운 나를
매운 바람 속에 맡기고 모든 것을 향해
화해와 용서를 청하고 싶은
은총의 사순절입니다
호두껍질처럼 단단한 집 속에
자신을 숨겼던 죄인이지만 회심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슬퍼하지 않으렵니다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말하지 않으렵니다
우리 모두 나무처럼 고요히 서서
많은 말을 줄이고 주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해주십시오
나무처럼 깊숙이 믿음의 땅에 뿌리를 박고
세상을 끌어안되 속된 것을 멀리하는
맑은 지혜를 지니게 하십시오
매일의 삶 속에 일어나는
자신의 근심과 아픔은 잊어버리고
숨은 그림 찾듯이 이웃의 근심과 아픔을
찾아내어 도움의 손길을 펴는
넓은 사랑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현란한 불꽃과 같은
죄의 유혹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그럭저럭 살아온 날들 기도를 게을리 하고도
정당화하며 보고 듣고 말하는 것에서
절제가 부족했던 시간들 이웃에게 쉽게
화를 내며 참을성 없이 행동했던
지난날의 잘못에서 마음을 돌이키지도 않고
주님을 만나려고 했습니다
진정한 뉘우침도 없이 적당히 새날을
맞으려고 했던 나쁜 버릇을 용서하십시오
이젠 다시 사랑으로 회심할 때입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교만에서 겸손으로
불목에서 화해로 증오에서 용서로
새로운 길을 가야 하지만
주님의 도우심 없이는
항상 멀기만 한 길입니다
이젠 다시 사랑으로
마음을 넓히며 사랑의 길을 걷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때문에 피 흘리신 예수와 함께
오늘을 마지막인 듯이 깨어 사는 봉헌의 기쁨으로
부활을 향한 사랑의 길을
끝까지 피 흘리며 가게 해주십시오
아직은 꽃이 피지 않은
3월의 나무들을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도하며
보랏빛 참회의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